20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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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겨울잠


겨울은 한참 전에 끝났습니다. 암만 추운 화천이라도 농장에 핀 개나리와 목련은 벌써 철을 다해갑니다. 오전 일과가 끝나면 땀을 씻어야 하고, 곰들에게도 큰 대야에 물을 담아 개별 수영장을 넣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곰의 겨울잠도 모두 끝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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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에서 깨는 시기는 곰마다 다릅니다. 한반도의 야생에 사는 곰들은 3월에서 5월까지도 동면굴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화천 곰들도 제 각각의 필요에 따라 일찍 깨기도 하고 늦게 깨기도 합니다. 주로 젊은 수곰들은 일찍 깨서 대략 2월 중순만 되어도 굴에서 나와 서성이기를 반복하고요. 나이 많은 암곰들은 3월 중순이 지나야 기지개를 켜고, 늦어지면 4월 중순까지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법칙처럼 적용되지는 않고 그런 경향 정도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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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곰들에게 잠을 깨는 중요한 요소는 먹이입니다. 야생곰이 겨울잠을 자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먹이가 사라지는 계절이기 때문에 먹이가 피어나는 봄에 굴 밖으로 나오듯, 사람의 돌봄을 받는 곰들도 먹이를 주기 시작하면 잠에서 깨기 시작합니다. 아직 좀 더 자야겠다 싶은 곰들은 먹이를 조금 먹고 다시 들어가서 자기도 하고요. 아주 나오기 싫은 곰들은 맛있는 것을 줘도 아예 나오지 않기도 합니다. 자는 동안 엄청 배고팠을 것 같지만, 봄에 부스스 굴에서 나온 곰들은 식욕이 대단치 않습니다. 오랜 단식을 끝내고 보식하듯이 아주 천천히 조금씩만 먹는데요. 봄 산에 먹을 것이 풍족해지기 전 상태에 맞춰 위장도 천천히 몸을 일으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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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천 곰들은 대부분 깼습니다. 우투리와 주영이, 푸실이와 어푸처럼 젊은 것으로 추정되는 곰들은 진즉에 일어나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옆칸의 곰과 놀이 행동도 많이 보여주고요. 먹는 양도 점차 늘어나는 중이고, 가을까지는 계속 조금씩 더 먹을 예정입니다. 반면에 나이가 많은 것으로 추정하는 미소는 아직 사람이 오기 전까지는 침실에서 자다가 청소가 끝나고 먹을 것이 놓여야 슬슬 나와 먹고 들어가고요. 가장 노쇠한 것으로 보이는 유일이는 아직까지 거의 먹지도 않고 굴 속에서 자고 있습니다. 유일이는 작년에도 4월 중순이 지나서야 먹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어쩌면 더 늦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에 아주 잠깐 나와 사과나 당근을 찔끔 먹고 들어가는데 그것조차 우리 애타는 마음에는 위안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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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화천의 곰들에게는 아직 겨울잠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군대처럼 기상시간이 있으면 어떤 면에서 돌보기는 편하겠지만, 우리의 몸도 곰의 몸도 모두 서로 다른 결을 갖습니다. 곰마다 갖고 있는 작은 세계-그들의 꿈 속까지-가 별 일 없이 깨어나기를, 아직 덜 온 봄에, 봄을 분주히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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