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Media Coverage


‘곰 사육’ 처벌 유예…그 뒤에 숨은 불법 증식, 관리 손놓은 정부

2026. 05. 06 한겨레

91fdb9f60af7e.png


한 줌 볕도 제대로 들지 않는 경기 여주시 한 사육곰 농장, 출입문이 열리자 오래된 배설물과 먼지가 뒤섞인 악취가 먼저 빠져나왔다. 배설물로 질척한 바닥 위에는 거미줄과 오물이 엉겨 붙은 철제 사육장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너비 78㎝ 깊이 220㎝, 성인 한 사람이 간신히 누울 만한 좁은 철창들 가운데 한 칸에서는 태어난 지 2~3개월 된 새끼 반달가슴곰이 낯선 소리에 어미 품으로 몸을 숨겼다. 이 농장에는 반달가슴곰 성체 62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4일 오전 7시, 여주시 점동면 ‘웅담 채취용’ 사육곰 사육농가에서 불법 증식된 반달가슴곰 새끼가 확인됐다. 정부의 ‘곰 사육 종식’ 선언 이후 농가에서 태어난 첫 반달곰이다. 현장을 찾은 최태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대표는 “이 농장에서는 2022년에도 새끼 6마리가 불법 증식됐지만, 열악한 환경 탓에 5마리가 죽었다”며 “새끼 곰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주·용인 2곳에서 곰 75마리를 사육 중인 ㄱ씨는 이전에도 곰 탈출, 불법 증식 및 도살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2021년 7월 ‘용인 곰 탈출 사건’ 때는 2마리가 탈출했다고 당국에 신고했으나, 알고 보니 불법 도살로 1마리를 죽인 상태였고, 같은 해 11월 또다시 곰 5마리가 탈출해 3마리가 사살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2022년 초 6개월 실형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곰 증식을 지속하고 있다. 



251f9e50710f3.png


그는 “정부가 곰 사육을 종식한다고 했으면 (매입 비용을) 적정하게 맞춰줘야 한다”면서 “1마리당 1000만원이면 사육을 포기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2022년 정부·사육농가·지자체·시민단체가 맺은 ‘곰 사육 종식 협약’에 따라, 곰들을 매입 구조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시민 후원금을 통해 구조를 진행하는 만큼 최대 마리당 500만원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끼 반달곰 구조에 정부가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와 ‘동물해방물결’은 해당 농장에서 새끼 곰이 태어난 정황을 확보하고, 지난 3월 중순부터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불법 증식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날까지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지난 4월27일 여주경찰서에 농장주를 야생생물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영장이 발부되기 전 새끼 곰이 폐사하거나 농장주가 증거를 인멸할 것을 우려해 이날 새벽 5시30분 경찰의 현장 수사를 추가로 요청했다.


한편 최 대표는 “기후부 장관이 ‘늑대 늑구 탈출’ 사건 당시 동물복지 기준을 획기적으로 혁신하겠다고 한 발언은 사육곰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새끼와 어미 곰의 보호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농장 앞에서 농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기사 전문 확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