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 13 ELLE

한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곰의 쓸개(웅담)를 얻으려고 반달가슴곰을 수입해 좁은 철창에 가두고 길러왔다. 모든 반달가슴곰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지만 한국의 사육곰은 외국에서 수입됐다는 이유만으로 보호받지 못한 채 채취용 자원으로 여겨졌다. “오늘도 여전히 260여 마리의 사육곰이 고통 속에 살아갑니다”라고 말하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웅담 채취를 목적으로 좁은 철창 속에 갇힌 마지막 사육곰 한 마리까지 흙을 밟게 하겠다는 목표로 현장 돌봄과 정책 운동을 병행하는 전문 활동가 크루다.
앞서 묘사한 장소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가 구조한 곰들을 보호하는 화천 현장. 현장을 지키는 활동가 도지예, 조아라, 강지윤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오전 8시, 하나둘 모여 전날의 기록을 복기하며 곰들이 남긴 변의 상태, 사료를 비우는 속도 혹은 정형 행동의 빈도나 걸음걸이의 미세한 차이까지 낱낱이 훑으며 그날의 식단과 일과를 조정한다. 회의 후 곰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곳으로 이동해 개체별 맞춤형 급여량을 준비하고, 곰들을 내실로 유도한 뒤 사육장 청소에 돌입한다. 더불어 곰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매듭이나 타이어, 생수통 등에 먹이를 숨겨두는 ‘행동 풍부화’ 작업도 함께. 봄기운이 완연해지면 곰들을 방사장에 내보내는 ‘방사’가 일과의 핵심이 된다.
동면기가 지나고 시작되는 방사 활동에서 전기 울타리(전책)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방사장 곳곳에 먹이를 숨겨두는 이 반복적인 루틴은 곰들에게 스스로 탐색하고 선택할 수 있는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주기 위한 작업이다. 이곳에서 활동가들에게 곰은 하나의 ‘종’이 아닌, 저마다 뚜렷한 개성과 취향을 가진 고유한 존재다. 화천의 ‘천재 곰’으로 불리는 우투리는 활동가들을 매번 놀라게 하는 주인공. 다른 곰들은 포기했던 복잡한 풍부 화물 앞에서 우투리는 공을 물고 음수대로 향한다. “풍부화물을 제공했더니 몇 번 시도해 보다가 먹이가 잘 나오지 않자 음수대에 넣었다 뺐다 하며 물을 따라 빠져나오는 먹이를 먹는 걸 보고 놀랐던 적 있습니다.” 활동가 강지윤이 말했다. 우투리의 지능은 타자와의 관계 맺기에서도 빛을 발한다. 활동가 도지예는 우투리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양배추를 옆 칸의 친구 주영이에게 툭 던져주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러면 주영이가 양배추를 먹으러 다가오고, 우투리는 기다렸다는 듯 앞발을 내밀어 장난치며 놀이를 유도한다.
결국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시작된 비극을 우리 손으로 끝내는 자세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희생된 생명들에게 최소한의 예우를 다하는 것. “사회가 만들어낸 문제인 만큼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곰이 불쌍하다는 걸 넘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활동가 조아라가 덧붙였다. 머지않아 봄이 오면 화천의 방사장 문이 열리고, 곰들은 망설임 없이 흙을 밟으며 뛰어나갈 것이다. 볏짚을 모아 잠자리를 만들고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이 평범한 삶이 모든 사육곰에게 허락될 때까지 이들의 기록은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곰 방생에 따른 인간과의 마찰이나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것은 공존을 위한 세밀한 설계와 책임 있는 연대를 구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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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 13 ELLE
한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곰의 쓸개(웅담)를 얻으려고 반달가슴곰을 수입해 좁은 철창에 가두고 길러왔다. 모든 반달가슴곰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지만 한국의 사육곰은 외국에서 수입됐다는 이유만으로 보호받지 못한 채 채취용 자원으로 여겨졌다. “오늘도 여전히 260여 마리의 사육곰이 고통 속에 살아갑니다”라고 말하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웅담 채취를 목적으로 좁은 철창 속에 갇힌 마지막 사육곰 한 마리까지 흙을 밟게 하겠다는 목표로 현장 돌봄과 정책 운동을 병행하는 전문 활동가 크루다.
앞서 묘사한 장소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가 구조한 곰들을 보호하는 화천 현장. 현장을 지키는 활동가 도지예, 조아라, 강지윤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오전 8시, 하나둘 모여 전날의 기록을 복기하며 곰들이 남긴 변의 상태, 사료를 비우는 속도 혹은 정형 행동의 빈도나 걸음걸이의 미세한 차이까지 낱낱이 훑으며 그날의 식단과 일과를 조정한다. 회의 후 곰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곳으로 이동해 개체별 맞춤형 급여량을 준비하고, 곰들을 내실로 유도한 뒤 사육장 청소에 돌입한다. 더불어 곰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매듭이나 타이어, 생수통 등에 먹이를 숨겨두는 ‘행동 풍부화’ 작업도 함께. 봄기운이 완연해지면 곰들을 방사장에 내보내는 ‘방사’가 일과의 핵심이 된다.
동면기가 지나고 시작되는 방사 활동에서 전기 울타리(전책)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방사장 곳곳에 먹이를 숨겨두는 이 반복적인 루틴은 곰들에게 스스로 탐색하고 선택할 수 있는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주기 위한 작업이다. 이곳에서 활동가들에게 곰은 하나의 ‘종’이 아닌, 저마다 뚜렷한 개성과 취향을 가진 고유한 존재다. 화천의 ‘천재 곰’으로 불리는 우투리는 활동가들을 매번 놀라게 하는 주인공. 다른 곰들은 포기했던 복잡한 풍부 화물 앞에서 우투리는 공을 물고 음수대로 향한다. “풍부화물을 제공했더니 몇 번 시도해 보다가 먹이가 잘 나오지 않자 음수대에 넣었다 뺐다 하며 물을 따라 빠져나오는 먹이를 먹는 걸 보고 놀랐던 적 있습니다.” 활동가 강지윤이 말했다. 우투리의 지능은 타자와의 관계 맺기에서도 빛을 발한다. 활동가 도지예는 우투리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양배추를 옆 칸의 친구 주영이에게 툭 던져주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러면 주영이가 양배추를 먹으러 다가오고, 우투리는 기다렸다는 듯 앞발을 내밀어 장난치며 놀이를 유도한다.
결국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시작된 비극을 우리 손으로 끝내는 자세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희생된 생명들에게 최소한의 예우를 다하는 것. “사회가 만들어낸 문제인 만큼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곰이 불쌍하다는 걸 넘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활동가 조아라가 덧붙였다. 머지않아 봄이 오면 화천의 방사장 문이 열리고, 곰들은 망설임 없이 흙을 밟으며 뛰어나갈 것이다. 볏짚을 모아 잠자리를 만들고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이 평범한 삶이 모든 사육곰에게 허락될 때까지 이들의 기록은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곰 방생에 따른 인간과의 마찰이나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것은 공존을 위한 세밀한 설계와 책임 있는 연대를 구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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