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2024 농장 조사 및 시민 인식 조사 보고서 살펴보기 (1)

지난 7월 16일 발표했던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농장 조사 및 시민 인식 조사 보고서>를 간추려서 네 편에 걸쳐 공유드립니다.


요약 1. 사육곰을 둘러싼 사회의 변화

인간이 곰의 쓸개와 고기, 기름, 가죽을 이용하기 위해 곰을 기른 역사는 되짚을 수 없을 정도로 길지만, 그것이 ‘산업화’되기 시작한 시기는 1970년대로 보입니다. 산업화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개별 인간의 필요를 뛰어넘는 ‘착취의 필요성’이 산업화를 통해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야생동물을 사냥해온 역사는 길지만, 가두어 길러 판매하는 산업의 형성은 그 전의 역사에 없던 수준의 착취 관계를 만들어 냅니다.

“신종기업 실험 「곰」을 기른다.  파주군 장곡리 이ㅇㅇ 씨의「웅축원」” (동아일보, 1973) 


1980년대 들어 한국 정부는 ‘사육곰 산업’을 장려하면서 이 산업의 성장에 본격적으로 기여합니다. 한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사육곰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고 손에 돈을 쥐게 된 사람들은 돈 쓸 곳을 새롭게 만들어냅니다.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법은 있었지만 행정부의 무지와 무관심 속에서 실질적인 효력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1983년 설악산에서 마지막으로 포획된 야생 반달가슴곰이 죽자 정부가 직접 곰의 쓸개와 고기를 ‘공매’에 부치기도 합니다.

“안전판 없는 붐...곰 사육” (경향신문, 1981)


1990년대에는 살아있는 곰에 관을 꽂아 쓸개즙을 뽑는 기술이 등장합니다. 버젓이 신문광고에도 등장하는 이 기술은 대중이 사육곰 산업의 끔찍함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사육곰 농장주를 처벌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육곰 산업을 본격적으로 합법화하고 곰 대신 오소리를 기르라며 산림청이 직접 오소리를 보급하기도 합니다.

“곰 생체 쓸개즙 수사 경기도경” (동아일보, 1991)


2000년대, 시민사회가 성장하며 녹색연합과 같은 시민단체가 사육곰 산업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정부는 곰을 도살해서 쓸개는 약으로 팔 수 있지만 고기는 팔면 안 된다는 논리를 펴며 농가의 항의도 거세어졌습니다. 여러 건의 사육곰 특별법이 발의되고 환경부의 용역연구에서 다양한 사육곰 산업 종식 대책이 제안되었으나, 정부는 곰들을 중성화하여 개체수가 더 늘지 않도록 한 뒤, 다시 농장에 방치하는 정책을 선택합니다.

녹색연합과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 공동 주최 국회특별전시회 (데일리중앙, 2010)

“36년 웅담산업 종식을 위한 `사육곰 중성화 수술` 마무리, 총 967마리 중성화 ” (데일리벳, 2017)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정부가 사육곰 문제 해결에 손을 놓았던 2018년에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녹색연합,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를 찾아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고, 시민사회의 압력이 커지자 정부는 2020년에 구례 보호시설을, 2021년에 서천 보호시설을 짓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2023년에는 곰 사육을 불법화하는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됩니다.

환경부, 사육곰 보호시설 설치 (뉴시스, 2024)

‘‘‘웅담 채취 사육곰 산업 40년만에 끝난다’  야생생물법 개정안 국회 통과” (데일리벳, 2023)


사육곰 산업 종식의 가시화는 운동의 성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마치 모든 것이 해결된 것 같은 지금도 280마리 사육곰들은 여전히 농장에 살고 있습니다. 그 중 보호시설에 갈 수 있는 곰은 반도 안 됩니다. 다음 편에서 농장에 살고 있는 곰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