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사육야생동물을 제대로 관리하라
사육시설에서 야생동물이 탈출하는 사고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동물이 감금시설에서 나갈 수 있게 되었을 때 일단 나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탈출한 동물들은 자유를 찾아 떠나기 위해 나간 것이 아니라 문이 열려 있고 이동할 수 있는 틈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일단 나가본다. 감금이 실패하면 동물에게는 죽음이, 인간에게는 사고가 기다린다. 그래서 야생동물을 가두어 기르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미 사육되던 야생동물은 대체로 다시 본연의 생태계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가두려면 잘 가둬야 한다.
안전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감금 시설의 동물복지 문제가 남는다. 야생동물은 인위적 환경에 가두어 기르도록 진화한 적이 없는 동물이다. 사람이 만든 울타리 안에서 사람이 주는 먹이를 먹고 사는 것이 결코 ‘좋은 삶’일 수 없다. 다만 복지의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쓸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동물복지를 고려한다면 야생동물의 사육은 원칙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 예외로 허가를 고려해야 한다면 야생동물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는 조직이 야생동물을 ‘덜 나쁘게’ 기를 수 있는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야생동물을 다루는 법은 여전히 구멍투성이다. 한국의 동물원수족관법은 작년에 전면 개정되었으나 5년의 유예기간을 주면서, 여전히 아무에게나 야생동물을 기르게 한다. 야생생물법도 ‘국제적 멸종위기종’에 속하는 몇 종만을 정해서 사육을 제한한다. 그 허가기준은 “공원·관광지·동물원·박물관 등에서 일반 공중의 관람에 제공하기 위하여 수입 또는 반입하는 경우”에 침팬지나 사자 같은 국제적 멸종위기종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관광지와 박물관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사육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수입이나 반입 말고, ‘사육’에 관한 허가기준은 아예 없다.
사람의 안전과 직결되는 야생동물 사육시설을 이토록 태만하게 다루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번에 사자가 탈출한 곳은 무려 “관광농원”이기 때문에 “관광지”에 포함이 되어 당국은 ‘합법시설’이라고 주장한다. 1년 전 관광농원을 인수하면서 사자를 함께 인계 받은 농장주는 스스로 환경청과 동물원에 사자를 보낼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보낼 곳이 없어서 거절당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언제든 사자가 탈출해서 인명 피해가 날 수 있는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관리당국은 사고가 날 때까지 수수방관한 것이다. 울주군에서 불법으로 곰 세 마리를 기르는 농장에서 수 차례 탈출 사고가 났지만 다시 그 농장에 곰을 잡아넣고는 사태를 방관하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떠오른다. 이 농장에서는 작년 12월, 농장주 두 명이 곰에게 목숨을 잃고 곰 세 마리가 모두 사살당했다. 이 사고에 책임지는 공무원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 정권에 이어 이번 정권에서도 동물복지에 대한 공약을 내걸며 표를 얻었지만, 사육되는 야생동물은 여전히 관심 밖이다. 정부가 정하는 사자의 사육시설 설치기준은 “넓이 14㎡, 높이 2.5m”가 전부다. 심지어 이번 사고가 난 사육시설도 이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당국은 ‘합법 시설’로 인정했다. 드넓은 초원에서 무리를 이루어 사냥을 하는 사자에게 14㎡는 일생을 보내기에 말도 안 되는 면적이며, 면적만으로 야생동물의 사육시설 기준을 정한다는 것 자체가 잔혹한 무지의 소산이다.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으로 사육시설 기준을 바꾸겠다고 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태도라면 면적과 같은 정량적 기준을 개선하는 정도에 그칠 공산이 여전히 크다. 이번에 죽은 사자의 온라인 영상에서는 외부인에게 과도한 공격성을 보이고 철제 배식구를 앞발로 반복해서 긁는 전형적인 정형행동을 볼 수 있었다. 굶주리고 지루한 삶에서 나오는 비정상행동이다. 정부는 야생동물산업의 이윤을 지켜주느라 동물복지를 포기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전히 이런 시설이 전국에 몇 개가 남아있는지 파악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아니면 허가나 등록 없이 누구나 기를 수 있기 때문에 수입되고 사육되는 야생동물이 어디서 어디로 옮겨지는지 정부는 알 수 없다. 정부는 ‘사육시설 설치기준’의 안전관리 항목에 “인체에 해를 가할 수 있는 동물과 접촉이 필요한 일을 할 때에는 최소 2명 이상이 짝을 이루어 일하도록” 버젓이 써놓고, 시설에 매번 점검을 나가면서도 사자를 방치했다. 이 정도면 직무유기가 습관이다.
이대로라면 야생동물이 또 탈출해서 사람을 물어 죽이거나 생태를 교란하고, 세금을 낭비하며 사살 작전을 펴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함부로 야생동물을 수입하거나 사육하지 못하게 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졌음에도, 정부는 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하위법령을 만드는 데에 야생동물 전시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안전과 공중보건, 동물복지를 보장할 수 있는 특정 야생동물종만 사육할 수 있도록 하는 ‘백색목록’ 기준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인데, 여전히 정부는 ‘특정 종 외에는 사육을 금지하는’ 제도를 ‘특정 종만 제외하고 기르게 하는’ 제도로 왜곡하려 한다. 공영동물원들은 여전히 보전과 무관한 번식을 반복하며 야생동물을 눈요깃거리로 전시하고 있다.
야생동물 전시산업은 지속가능하지도, 윤리적이지도 않다. 이제는 재미를 위해 야생동물을 가두고 전시하는 산업을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위험한 산업으로 인지할 때가 되었다. 정부는 전국에 산재한 야생동물사육시설의 안전과 동물복지 현황을 꼼꼼히 조사하고 공개하라. 전국의 공영동물원을 빠른 시일 내에 동물보호시설로 바꾸어, 자격 미달의 시설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을 수용하라. 동물원과 수족관의 허가기준을 엄격하게 제정하라.
환경부는 사육야생동물을 제대로 관리하라
사육시설에서 야생동물이 탈출하는 사고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동물이 감금시설에서 나갈 수 있게 되었을 때 일단 나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탈출한 동물들은 자유를 찾아 떠나기 위해 나간 것이 아니라 문이 열려 있고 이동할 수 있는 틈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일단 나가본다. 감금이 실패하면 동물에게는 죽음이, 인간에게는 사고가 기다린다. 그래서 야생동물을 가두어 기르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미 사육되던 야생동물은 대체로 다시 본연의 생태계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가두려면 잘 가둬야 한다.
안전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감금 시설의 동물복지 문제가 남는다. 야생동물은 인위적 환경에 가두어 기르도록 진화한 적이 없는 동물이다. 사람이 만든 울타리 안에서 사람이 주는 먹이를 먹고 사는 것이 결코 ‘좋은 삶’일 수 없다. 다만 복지의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쓸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동물복지를 고려한다면 야생동물의 사육은 원칙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 예외로 허가를 고려해야 한다면 야생동물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는 조직이 야생동물을 ‘덜 나쁘게’ 기를 수 있는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야생동물을 다루는 법은 여전히 구멍투성이다. 한국의 동물원수족관법은 작년에 전면 개정되었으나 5년의 유예기간을 주면서, 여전히 아무에게나 야생동물을 기르게 한다. 야생생물법도 ‘국제적 멸종위기종’에 속하는 몇 종만을 정해서 사육을 제한한다. 그 허가기준은 “공원·관광지·동물원·박물관 등에서 일반 공중의 관람에 제공하기 위하여 수입 또는 반입하는 경우”에 침팬지나 사자 같은 국제적 멸종위기종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관광지와 박물관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사육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수입이나 반입 말고, ‘사육’에 관한 허가기준은 아예 없다.
사람의 안전과 직결되는 야생동물 사육시설을 이토록 태만하게 다루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번에 사자가 탈출한 곳은 무려 “관광농원”이기 때문에 “관광지”에 포함이 되어 당국은 ‘합법시설’이라고 주장한다. 1년 전 관광농원을 인수하면서 사자를 함께 인계 받은 농장주는 스스로 환경청과 동물원에 사자를 보낼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보낼 곳이 없어서 거절당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언제든 사자가 탈출해서 인명 피해가 날 수 있는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관리당국은 사고가 날 때까지 수수방관한 것이다. 울주군에서 불법으로 곰 세 마리를 기르는 농장에서 수 차례 탈출 사고가 났지만 다시 그 농장에 곰을 잡아넣고는 사태를 방관하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떠오른다. 이 농장에서는 작년 12월, 농장주 두 명이 곰에게 목숨을 잃고 곰 세 마리가 모두 사살당했다. 이 사고에 책임지는 공무원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 정권에 이어 이번 정권에서도 동물복지에 대한 공약을 내걸며 표를 얻었지만, 사육되는 야생동물은 여전히 관심 밖이다. 정부가 정하는 사자의 사육시설 설치기준은 “넓이 14㎡, 높이 2.5m”가 전부다. 심지어 이번 사고가 난 사육시설도 이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당국은 ‘합법 시설’로 인정했다. 드넓은 초원에서 무리를 이루어 사냥을 하는 사자에게 14㎡는 일생을 보내기에 말도 안 되는 면적이며, 면적만으로 야생동물의 사육시설 기준을 정한다는 것 자체가 잔혹한 무지의 소산이다.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으로 사육시설 기준을 바꾸겠다고 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태도라면 면적과 같은 정량적 기준을 개선하는 정도에 그칠 공산이 여전히 크다. 이번에 죽은 사자의 온라인 영상에서는 외부인에게 과도한 공격성을 보이고 철제 배식구를 앞발로 반복해서 긁는 전형적인 정형행동을 볼 수 있었다. 굶주리고 지루한 삶에서 나오는 비정상행동이다. 정부는 야생동물산업의 이윤을 지켜주느라 동물복지를 포기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전히 이런 시설이 전국에 몇 개가 남아있는지 파악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아니면 허가나 등록 없이 누구나 기를 수 있기 때문에 수입되고 사육되는 야생동물이 어디서 어디로 옮겨지는지 정부는 알 수 없다. 정부는 ‘사육시설 설치기준’의 안전관리 항목에 “인체에 해를 가할 수 있는 동물과 접촉이 필요한 일을 할 때에는 최소 2명 이상이 짝을 이루어 일하도록” 버젓이 써놓고, 시설에 매번 점검을 나가면서도 사자를 방치했다. 이 정도면 직무유기가 습관이다.
이대로라면 야생동물이 또 탈출해서 사람을 물어 죽이거나 생태를 교란하고, 세금을 낭비하며 사살 작전을 펴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함부로 야생동물을 수입하거나 사육하지 못하게 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졌음에도, 정부는 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하위법령을 만드는 데에 야생동물 전시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안전과 공중보건, 동물복지를 보장할 수 있는 특정 야생동물종만 사육할 수 있도록 하는 ‘백색목록’ 기준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인데, 여전히 정부는 ‘특정 종 외에는 사육을 금지하는’ 제도를 ‘특정 종만 제외하고 기르게 하는’ 제도로 왜곡하려 한다. 공영동물원들은 여전히 보전과 무관한 번식을 반복하며 야생동물을 눈요깃거리로 전시하고 있다.
야생동물 전시산업은 지속가능하지도, 윤리적이지도 않다. 이제는 재미를 위해 야생동물을 가두고 전시하는 산업을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위험한 산업으로 인지할 때가 되었다. 정부는 전국에 산재한 야생동물사육시설의 안전과 동물복지 현황을 꼼꼼히 조사하고 공개하라. 전국의 공영동물원을 빠른 시일 내에 동물보호시설로 바꾸어, 자격 미달의 시설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을 수용하라. 동물원과 수족관의 허가기준을 엄격하게 제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