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요청> 에버랜드는 푸바오 열풍으로 번 돈을 동물에게 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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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요청>


에버랜드가 번식시킨 판다 ‘푸바오’는 귀여운 외모와 적극적 마케팅으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난다고 들썩이는 와중에 푸바오의 검역시설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방사장이 판다의 수보다 부족해서 푸바오는 검역기간 내내 지하 내실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워낙 열악한 국내 동물원 수준과 에버랜드의 철저한 정보 통제 때문에 에버랜드는 비판의 대상에서 늘 벗어나 있었지만, 에버랜드 대부분의 대형 동물 내실(동물이 들어가 쉬는 공간)은 대부분 지하에 있습니다. 보전을 핑계삼아 번식을 반복하면서도 전시하는 동물의 복지에 투자를 아끼는 에버랜드에 시설 개선을 요구합니다.

푸바오가 떠나는 4월 3일(수)까지 개인/단체의 연명을 받아 성명서와 함께 에버랜드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동물원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를 함께 요구해주시기 바랍니다.


* 서명 링크 : https://forms.gle/pKhWDr3AMWqCPEQ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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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에버랜드는 푸바오 열풍으로 번 돈을 동물에게 돌려라

온 나라가 ‘푸바오 앓이’에 빠졌다. 언론은 쉴 새 없이 이 2020년생 암컷 판다의 사진을 퍼나르고, 에버랜드 입구에는 푸바오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방문객이 줄을 선다. 귀여운 동물, 판다 마케팅의 승리다.

동물원이 판다를 이용해 흥행하는 것은 한국에서만의 사건은 아니다.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보전’이라는 명목으로 판다를 빌려주고 외교와 무역협상에 이용한다. 전 세계 20여개국의 동물원에 60마리 이상의 판다를 한 마리 당 매년 백만 달러에 임대하고 있다. 거기서 나온 새끼는 중국으로 반환하도록 계약한다. 그래서 푸바오는 4월 초,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중국으로 간다.

최근 푸바오를 중국으로 보내기 위한 검역 과정에서 푸바오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질병 모니터링을 위해 푸바오를 한 달 동안 다른 개체와 분리해야 하는데, 에버랜드에는 판다 방사장이 둘뿐이라 푸바오가 쓸 방사장이 없는 것이다. 푸바오의 아빠 러바오가 하나를 쓰고, 푸바오의 엄마와 동생들이 하나를 쓴다. 푸바오가 방사장을 쓸 때에는 다른 판다가 방사장을 사용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돈이 없어서 방사장을 돌려 쓰는 것인가?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의 2023년 영업이익은 푸바오의 인기에 힘입어 전년 대비 16.8% 증가한 661억원을 기록했다. 661억은 곰보금자리프로젝트가 시민들의 모금액으로 마련한 100평 규모 방사장 '곰숲'을 440개 지을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에버랜드는 2026년 또 다시 판다 번식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도 흥행몰이의 중심에 있는 판다에게조차 방사장을 더 만들어주겠다는 계획은 없다.

애초에 동물원에서의 번식 대부분이 ‘보전’과 무관하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 없어 보인다. 중국의 판다 공장에서 야생으로 나간 판다는 극소수다. 푸바오 역시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번식한 사육 판다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판다를 포함한 동물원에서의 번식은 보전이라는 허울을 쓰고 귀엽고 어린 동물을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

에버랜드에만 특별한 동물복지 수준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한국의 법으로는 동물원의 상업적 전시와 번식을 규제할 수도 없고, 이제 막 법의 꼴을 갖춘 동물원수족관법은 전시동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복지를 지켜주지도 못한다. 그러나 백 번 양보해서, 거대 기업 에버랜드가 ‘상도덕’ 정도는 지켜주기를 바란다. 푸바오를 팔아 번 돈이라면 그 일부라도 전시동물의 복지를 위해 써주기를 바란다. 그것은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예의이기도 하다.

판다사뿐 아니라 에버랜드의 내실은 대부분 지하에 있다. 철저한 보안과 그럴 듯한 방사장 장식으로 가려져 있어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장기간 내실에서 지내는 동물들은 푸바오의 한 달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내 햇볕도 보지 못하고 지하 내실에서 삶을 마감하는 동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지하에 있는 내실을 지상으로 올리고 방사장을 사용하지 못하는 동물이 에버랜드에 없기를 요구한다. 벌어들인 수익으로 당장 전시시설 개선 계획을 세워, 다음 번 판다 번식 때에는 관람객들이 덜 불편한 마음일 수 있기를 바란다.